- 공간의 호흡과 계절의 조율
공간의 호흡과 계절의 조율
서울공예박물관
〈집, 옷을 입다 The Clothed Home〉
서울공예박물관(관장 김수정)은 10월 19일(일)까지 한국-폴란드 섬유공예 국제교류전 <집, 옷을 입다 The Clothed Home>를 개최한다. 폴란드 아담 미츠키에비츠 문화원과 공동으로 개최하는 이번 전시는 ‘불편함의 재인식’으로, 빠른 속도와 편리함이 지배하는 시대 속에서 자연의 변화에 귀 기울이며 살아온 두 나라의 지혜를 다시 불러내며 기후 위기 시대에 지속 가능한 주거문화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자리이다.
특히, 전시의 핵심은 한국의 ‘24절기’와 폴란드의 ‘12계절’이라는 서로 다른 계절 감각이 만들어 낸 주거문화의 비교이다. 한국은 ‘공간의 호흡(Breathing with the Seasonal Light)’이라는 주제로 섬세한 계절 변화에 대응하는 한옥과 직물의 유기적 관계를 보여주고, 폴란드는 ‘계절의 조율(Tuning in to the Seasonal Imagination)’을 주제로 중유럽 특유의 계절 주기에 맞춘 건축용 직물 활용법을 선보이며 직물이 장식품을 넘어 공간과 인간, 그리고 자연을 연결하는 감각적 매개체였음을 보여준다.
유라시아 대륙의 양 끝에서 출발하여 서로 다른 위도와 기후, 계절관을 품은 두 나라의 만남은 단순한 문화 비교를 넘어, 우리가 잊고 지낸 계절의 언어를 다시 불러내고, 섬유의 감각을 통해 자연과 더 깊이 연결되는 삶의 방식을 제안한다.
위치 서울시 종로구 율곡로3길 4 서울공예박물관 안내동, 전시1동 1층
운영시간 화, 수, 목, 토, 일 10:00~18:00 / 금 10:00~21:00 / 월요일 휴관
에디터 윤한솔 문의 서울공예박물관 02-6450-7000
한국 주제전 <공간의 호흡>
Breathing with the Seasonal Light
고소미, 김영은, 온누비(김은주, 배강례), 장영철 등 한국 작가 네 팀이 참여한 <공간의 호흡>은 24절기라는 시간의 결을 따라 살아가던 한국 고유의 계절관을 섬유와 공간, 빛과 공기의 흐름의 관계로 보여주고자 한다. 24절기는 태양의 움직임에 따른 단순한 시간의 구획이 아닌 빛의 변화, 바람의 결, 온·습도의 미묘한 변화 등 자연의 질감을 읽어내는 일로, 우리 삶에 다채로운 풍속과 생활양식을 낳았다.
자연과 조화를 이루던 한옥은 계절의 변화에 섬세하게 반응하던 생활양식의 집약체이다. 그 안을 채우던 섬유들 역시 실내를 물리적으로 구획하기보다 외부의 빛과 공기를 받아들이고, 온·습도를 조절함으로써 공간과 자연을 연결했다.
이번 전시에서 한옥의 마루와 벽, 창호, 지붕 등은 각기 다른 표정의 섬유 작품을 품고 있다.
빛과 공기의 농담을 그대로 투영하는 삼베와 한지 안팎을 나누면서도 순간 그 경계를 허무는 가리개 그리고 손의 온기로 한 땀 한 땀 쌓아 올린 누비까지, 섬유는 단순한 덮개나 장식을 넘어 자연과 인간, 공간을 한 호흡으로 연결하며 자연과의 조화를 추구하던 우리의 미세 감각을 드러낸다.
건축가 장영철이 박물관 안내동에 직접 설계해서 세운 세 칸 한옥 ‘필정(疋亭)’은 이번 전시의 백미로 꼽힌다. 한옥 내부는 공예작가 세 팀의 작품으로 채웠다. 창호와 지붕에는 고소미 작가의 한지·삼베 작품이, 방에는 한복의 ‘바대(전통 복식에서 옷의 마모되기 쉬운 부위에 덧대어 옷의 수명을 늘리고 형태를 보완하는 보강 역할)’를 응용하여 제작한 김영은 작가의 휘장과 온누비(김은주, 배강례) 팀의 누비이불과 무렴자(궁궐의 방한용품. 겨울철 외풍을 막기 위해 창문이나 방문에 설치하는 전통 커튼의 일종)가 놓였다. 이처럼 전통 직물이 한옥 공간과 어우러져 계절의 미감을 구현할 예정이다.
폴란드 주제전 <계절의 조율>
Tuning in to the Seasonal Imagination
20세기 들어 화석연료를 사용한 화력발전소가 등장하고 중앙난방이 보편화되기 전까지, 유럽에서 직물은 온도, 빛, 습도와 같은 외부환경 변화에 맞춰 실내의 미세 기후를 조율하며 계절에 따라 실내에 입히는 ‘옷’으로 중요한 역할을 했다. 당시 사람들에게 계절마다 집 안의 직물을 걸고 걷는 일은 시간의 흐름과 계절의 변화 날씨의 다채로움 그리고 빛과 어둠이 반복되는 하루의 리듬에 공명하며 자연의 순환에 참여하는 하나의 의례였다. 이처럼 ‘옷을 입은 집’은 자연의 숨결과 조화를 이루며 사람들이 일상에서 자연과 연결되어있음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매개체로 작동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는 중앙난방과 에어컨 인공조명으로 둘러싸인 실내에서 대부분에 시간을 보내며 미묘하게 변하는 자연의 주기에 점점 더 무뎌지고 있다. 이 전시는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된 가정용 직물을 통해 잊혀진 생활 속 의례를 되살리고 다시금 계절의 흐름에 귀 기울일 수 있는 삶의 방식을 제안한다.
이번에 소개되는 알리차 비엘라프스카 작가의 ‘발다힘(Baldachim, 여름철 폴란드식 휘장)’, ‘포드핀카(Podpinka, 겨울철 단열 보조 직물)’ 등 작품은 오늘날 에너지 절약형 건축에 새로운 영감을 준다. 한국계 폴란드 작가 김민수는 왕골과 재활용 면으로 제작한 설치작품으로 두 문화의 접점을 보여준다.
서울공예박물관은 전시 연계 프로그램도 대폭 확충했다. 9월 6일(토)에는 폴란드 디자이너들과 함께하는 전통 주거문화 워크숍 및 양국 큐레이터 토크가, 9월 13일(토)에는 고소미 작가 작업실에서 한지 디퓨저 만들기 체험을 연다. 9월 19일(금)에는 고소미 작가가 작품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공예강좌도 진행한다. 모든 프로그램은 무료로 운영되며, 참여를 원하는 시민은 박물관 누리집(craftmuseum.seoul.go.kr)에서 사전 신청하면 된다.
이번 전시를 계기로 처음 방한한 폴란드의 올가 비소츠카(Olga Wysocka) 아담미츠키에비츠 문화원장은 “폴란드 전통 섬유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전시가 한국에 소개되어 뜻깊다”며 “이번 전시가 양국의 공예문화의 가교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