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도심의 빌딩 숲 사이를 걷노라면 건물은 온통 회색빛, 굳이 상상력을 동원하지 않아도 건물 안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그려질 정도다. 하지만 기자의 생각을 완전히 깨부수는 듯, 공기마저 무거울 것 같았던 CEO의 방은 화가의 작업실인지, 뮤지션의 방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정겹고도 포근했다. (주)정림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이하. 정림건축) 임진우 대표의 방이 바로 그런 곳이다. “제 방에 오면 누구나 정림건축의 따뜻한 문화가 녹아있다고 합니다. 특히나 저를 포함한 선배들과 동료들 성품도 그에 맞게 변하는 것 같습니다. 좋은 영향을 주고받는 것이죠. 49년째 이어오고 있는 정림건축의 따스한 문화가 바로 오늘의 한국건축을 이끌어왔다고 자부할 수 있습니다.” 시대가 변하면 생각이 바뀌고 그에 따른 이념과 제도, 가치관도 달라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림건축의 변하지 않는 전통성은 그 자체만으로 고유의 문화적 아이덴티티를 지닌다. 정림건축은 한국 건축의 역사를 함께 써내려 오면서 건축 문화의 발전을 선도해왔다. 임진우 대표는 이제 “자신은 없고 오로지 정림만 존재한다”고 할 만큼, 정림건축과 일체화되었다. 한국 건축계의 주축이자 리더로서 보다 높은 사명감을 가지고 50년을 넘어 100년 기업으로 정진하는 정림건축. ‘J100’으로 향하는 거대한 문 앞에 임진우 대표의 쉼 없는 여정이 지금부터 시작됐다.
취재 박하나 사진 김영(인디포스)
섬김의 리더십을 갖춘 국내 건축계의 진정한 리더
정림건축은 1967년부터 사람과 전통을 중심으로 한 건강한 건축을 변치않고 실천해오고 기업이다. 임진우 대표는 지금의 자리까지 올 수 있었던 원동력을 “클라이언트의 믿음, 직원들의 헌신(정림 OB를 포함), 창업주인 고(故) 김정철 및 김정식 명예회장의 탁월한 리더십”을 꼽았다. “선대 회장님들의 탁월한 리더십은 저희에게 많은 본보기가 되었습니다. 이분들은 크게 영웅적인 리더십이라기보다는 민주적이고 스스로를 낮추는 섬김의 리더십을 추구하셨습니다. 이는 정림건축이 지켜나가야할 지향점이기도 합니다.”
정림건축의 가장 큰 장점은 장기근속자가 많다는 점이다. 얼마 전에는 직원들의 손글씨로 완성된 3만장 정도의 포스터잇이 회사 1층에 전시될 정도로 서로간의 소통이나 복지가 잘 정립되어 있다. 특히 올해는 ‘평생 직장제도’를 도입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정림건축은 국내 설계사사무소에서 가장 전통이 있는 회사이고, 그만큼 고령화에 대한 문제를 인식하고 있습니다. 정년 이후에도 회사에 기여할 수 있는 분들과 서로 간의 필요가 맞다면 ‘고문’과 같은 제도로 함께 가려고 합니다. 정림에 오래 계신 분들의 경험과 노하우는 후배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될 것입니다.”
임진우 대표는 현재 5개년 계획을 세워서 창의적인 리더십 교육을 시작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리더십 교육으로 회사의 경영방침을 만들며, 보다 탄력적인 운영체계를 추구해왔다. “먼저는 우리 회사의 철학을 담은 셀프 리더십을 세웠습니다. 또 내년에는 팀 워크에 대한 리더십, 그 다음에는 팀을 이끄는 리더십, 마지막에는 정림이 후배들에게 어떤 유산(legacy)을 남길 것인가에 대한 궁극적인 해결 방안을 찾는 것입니다.”
특히 지난 6월에는 미래 100년을 향한 힘찬 도약을 선포하는 창립행사를 가졌다. 그곳에서 임진우 대표는 100년 기업을 향한 노력과 의지를 담은 ‘J100’ 아젠다를 발표했다. “수주, 매출, 디자인, 기술, 우리의 제도정책, 평가보상, 인재 육성 CDP 등 모든 사항이 앞으로 정림건축을 발전시키는 주요 원동력이 될 것이고 아젠다가 될 것입니다. 일본의 유명한 설계회사인 ‘니켄세키’ 같은 경우 120년이 넘었습니다. 국내에서 100년 기업으로 가는 일은 건축계에서 드문 일입니다. 정림이 제일 오래된 회사인만큼 꼭 해야 한다는 일종에 사명감과 책임의식이 있습니다.”









